“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대사다. 송석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이하 선린고) 교사는 원피스 주인공인 몽키 D. 루피(이하 루피)를 참 좋아한다. 명함 뒷면부터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까지 온통 루피 투성이다. 그런데 이 루피라는 친구, 악당에게 상처를 입어도 해적왕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거친 바다로 배를 몰아간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ima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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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사는 교육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가 하고 있는 웹프로그래밍 수업에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디자인적 사고) 기법을 접목했다. 디자인씽킹은 사고의 형태를 직관, 분석이라는 이분법적 틀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고법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가 이론적으로 발전시켰고,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아이디오(IDEO)가 사업에 성공적으로 적용해 주목받았다.

“디자인씽킹은 코딩 교육과 궁합이 상당히 잘 맞습니다. 코딩 교육이 문제 해결 과정에 중점을 둔다면 디자인씽킹은 문제 발견 과정을 포함하는 더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육은 진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명제가 이 모든 것의 전제라는 점이죠.”

그래서 그는 디자인씽킹과 교육을 접목한 미래학교 교사를 만나기 위해 2014년 6월 말에서 7월 초, 싱가포르로 워크샵을 떠났다. 이 워크샵은 서울시교육청 '미래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총 7개 나라(한국, 중국, 일본, 태국, 미국, 호주, 싱가포르)에서 20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그들은 일주일 동안 미래학교 프로젝트를 공유했다.

“SST(싱가포르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연구소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르판(Irfan)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 분은 2년 전부터 디자인씽킹을 가르쳤어요. 이 분야의 대가죠. 워크샵 기간 동안 총 3번 이르판 선생님 수업에 들어갔고, 귀국하면 저도 디자인씽킹으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르판 교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첫 수업 과제로 ‘의자를 새롭게 디자인하기’를 낸다. 학생들은 사용자들과 인터뷰를 해 기존 의자 디자인의 문제점을 찾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수정해 만든 새로운 의자를 종이에 스케치한다. 이후 2인 1조로 팀을 짜 합판, 종이 등의 재료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마지막으로 교사와 학생들 앞에서 새로이 만든 의자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완성이다. 송 교사는 이 수업 모델을 본따 2학기 수업에 적용했다.

“저희는 학교 홈페이지에 문제 의식을 가졌어요. 명색이 인터넷 고등학교인데 홈페이지가 좀 옛날 것 같거든요. 최신 웹프로그래밍 트렌드를 따라 개선하고 싶었죠. 학생들도 문제에 공감하더군요. 그래서 이르판 선생님의 수업모델을 차용했습니다.”

송 교사의 도움 아래 선린고 1학년 6반 학생들은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선 팀별로 홈페이지의 문제점을 파악해 가설을 세웠다. 검증을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오는 고객들인 친구, 학부모, 교사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경로로 홈페이지에 들어오는지, 디자인이나 기능 면에서 불만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페르소나(persona)’를 설정했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중 한 명을 그룹의 대표 인물로 설정하는 것이다. 선린고에 입학하고 싶어하는 중학생일수도 있고, 그들의 학부모일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야 학생들은 jQuery로 코딩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직접 구현하면서 기술적인 면에서 실패와 시도를 밥먹듯 했다. 그래도 결과물을 내놓고 수업시간에 발표했다. 피드백을 받으면 반영해서 다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