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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가장 환영한 진영은 바로 금융권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쉽지 않았던 은행들은 스마트폰 시대에 ‘손 안에 은행이 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은행 중 하나은행은 가장 발빠르게 대응한 은행으로 손꼽힌다. 어쩌면 고객을 많이 확보한 은행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은행의 지난 5년 행보를 통해 은행들의 스마트폰 시대 적응기를 살짝 엿봤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증권사 대표 A씨는 운전중이다. 그 때 회사에서 다급히 걸려온 전화. "대표님 빨리 이체 해주셔야겠는데요. 운전 중인데 괜찮으시겠어요?" A씨가 하나은행 앱에게 말한다. "하나은행, 회사 계좌에서 1억 회사로 이체해주세요." 앱이 말한다. "이체 완료됐습니다."

모 기업 재무팀, 오랜만에 팀원들이 다 모여 점심을 먹었다. 팀장이 계산한다. 팀원들은 일제히 '하나은행N뱅크' 앱을 실행한다. 메신저 기능을 켜고 '팀장님 6,000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팀장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한다. "오늘 밥은 내가 사려고 했는데."

김경호 하나금융지주 소속 미래금융지원팀 팀장이 꿈꾸는 미래 하나은행 앱이다.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다. 이런 앱을 꿈꾸는 이유는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은행 앱 사용자 수는 결국 은행 고객 수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많이 유치할 수록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은행 앱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확보입니다. 특히 하나은행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보다 고객 수가 적기 때문에 잠재적인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발하고 흥미로운 앱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하나은행 고객들에게도 더 재미있는 은행 앱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요"

하나은행 앱은 스마트폰 은행 앱 분야 선두주자다. 2009년 12월 KT가 아이폰을 출시하고 3일 뒤 하나은행은 아이폰용 앱인 '하나N뱅크'를 내놨다.

"아이폰 나오기 이전 폴더폰에서도 WAP방식, 칩 방식 등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이 이뤄졌었어요. 모두 실패했죠. 통신사 주도의 환경, 텍스트 방식이라 쓰기 불편했던 점 등이 이유였어요. 그래서 은행들은 앱 개발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어요. 반면 전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앱 시장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들이 온라인 환경에 노출된다면 은행 앱 서비스도 발맞춰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사실 아이폰 출시 6개월 전 아이팟 터치와 함께 'Egg'가 소개됐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PC 인터넷뱅킹과 비슷한데 어디서나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은행들은 술렁였다. 보안이 취약한 것 아니냐, 완벽하지 않은데 시장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곧 다른 은행들도 하나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따랐다.

"스마트폰 앱 뱅킹과 PC뱅킹은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보안 환경도 똑같이 설정했고요. 다른 은행들도 결국은 저희 서비스를 표준으로 삼더라고요. 2010년 4월 은행들이 공동으로 앱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저는 참여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건 흐지부지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