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장고걸스(Django girls) 커뮤니티 서울 팀의 레이첼 칼훈(Rachell Calhoun)으로부터 네 단락 정도의 이메일을 받았다. 장고걸스가 유쾌한 분위기에서 장고를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니 한 번 와보라는 내용이었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4월 레이첼을 SW교육 커뮤니티인 ‘코딩클럽’의 ‘주니어 소프트웨어 캠프’에서 만났다. 그는 참가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였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니 초등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이었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스터디그룹에서 파이썬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왜 배우는지, 스터디그룹을 어떻게 꾸렸는지 궁금했지만 캠프 취재가 먼저였던 터라 그냥 지나쳤다.

레이첼과 코치들, 장고로 일내다

그를 만난 지 6개월 만에 그가 ‘장고걸스 서울’ 행사를 치른다고 했다. 파이썬 웹 프레임워크이자 오픈소스 기술인 장고를 다루는 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였다. 특히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혹은 IT에 관심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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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있던 옷을 가리키며) ‘난 계집애처럼 코드한다(I code like a girl)’는 문구도 그래서 만들었어요. 미국 IT 업계 종사자의 생활 패턴을 보면, 여성에게 딱 맞진 않아요. 맨날 술 마시고 밤 새서 코딩해야 하고 가족들이 지지해주지 않죠. 게다가 IT 세계에선 남자와 여자 똑같이 모르는 게 있더라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받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장고를 배우되, 여성을 위한 행사를 열자고 생각한 거죠.”

레이첼과 어떻게 이런 행사를 열게 됐는지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고 얼마 전 귀도 판 로썸을 인터뷰한 뒤 파이썬에 대해 관심도 높아진 상태라 행사에 가보기로 했다. 1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디캠프에 여성 참가자 70명이 꽉 들어차 있었다.

대다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딩을 했고 몇몇 참가자는 창문 앞에서, 더러는 테라스에 앉아있었다. 참가자들은 한 손에 피자나 커피를 들고 장고 튜토리얼을 따라하고 있었다. 뭔가를 배운다기보다 즐기면서, 하지만 열심히 행사에 임했다.

“행사 한 달 전에 온오프믹스 등에 참가자 모집 공고를 냈어요. 원래 30명 정도를 모으려고 했는데 공고를 올린 지 하루 만에 30명이 신청하더라고요. 추이를 지켜봤죠. 마지막엔 425명이 지원했어요. 이 분들 이력서를 코치 중 세 명이 나눠 읽고 70명을 선발했죠.”

이 행사를 기획한 장고걸스 서울 팀은 작년 만들어진 파이썬 스터디그룹에서 시작했다. 파이썬을 배워보자고 만든 이 그룹의 초기 멤버는 영어 선생님 레이첼, 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SW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수진 씨, 안드로이드 개발자 하산이었다. 그러다 ‘드라마피버’라는 회사에서 장고를 사용하고 있는 박진우 씨가 합류하면서 이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