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트(Respec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4’에 출연 중인 뮤지션 박재범과 로꼬의 노래다. 일반적인 힙합 음악의 랩 가사에는 허세와 자기 자랑과 포장을 담지만 리스펙트엔 허세가 아닌 자존감을, 동료에 대한 비방 대신 존중을 드러내는 내용을 녹였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협업 솔루션인 잔디(Jandi)를 보유한 토스랩의 개발자 그룹이 원하는 개발 문화가 가사의 내용과 딱 맞는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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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트 가사 중

물론 나도 똑같애 남들과 다른 척하네 하지만 거울 속에 내 모습 이제 지겨워 주먹을 쥐고 일어났지 폼 나게 허물을 벗고 보여줄게 오승택 너도 너의 벽을 깨고 내게 오면 돼 one time for the one who did the same thing 이제 말해보자고 존중에 대해

최영근 토스랩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과 김선진 백엔드 시스템 개발자는 토스랩의 개발자팀의 DNA를 ‘리스펙트’라고 말했다(쇼미더머니 4를 방영하기 전이다). 14명의 개발팀을 이끄는 최 CTO는 면접을 볼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집중적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화법을 쓰는지를 판단한다. 직원 개개인은 개발자로서 자부심을 가지되, 다른 이에게 천상천하 유아독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개발자는 채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개발자는 사업 부서와, 또 개발자 동료와 커뮤니케이션할 줄 알아야 합니다. 토스랩 같은 스타트업의 개발팀은 기획서, 기능요구사항 등이 나오면 그것만 보고 개발해야 해요. 고객서비스(CS) 부서가 하루에도 몇 개씩 고쳐야할 사항을 넘겨주죠. 사업부서와 반드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동료와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개발자는 동료에게 ‘넌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실력있는 사람이라도 조직원으로 들일 수 없죠.”

토스랩은 설립 1년 만에 전체 직원 46명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됐다. 한국 사무소엔 36명이, 개발과 CS 업무를 맡은 9명이 대만 사무소에 있다. 일본 사무소에서도 1명이 근무 중이다. 한국 사무소에 있는 36명 중 14명이 개발팀에 소속했다. 개발팀은 서버 백엔드 부문 개발자 4명, 웹 프론트엔드 3명, 안드로이드 3명, iOS 1명, 애널리틱스 2명, 인턴 1명으로 꾸려졌다.

최 CTO가 이들을 이끌어 잔디를 만든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끌었을까. 개발 문화가 궁금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려면 투자한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해선 안됩니다. 회사의 생사가 당장 중요하지만, 성과를 바로 낼 수 없다면 경영자는 금전적, 인력적, 기술적인 부분에 꾸준히 투자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토스랩 운영엔 전반적으로 이런 철학이 깔려 있고요. 지속성을 중시하는 운영철학은 개발자 팀에도 흘러듭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각광받는 개발 방법론이라는 애자일을 사용해보고 우리 조직과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용하고 아닌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을 꾸준히 합니다.”

최 CTO는 개발팀의 문화, 개발 방법론을 유난히 중시했다. 이유를 보니 그들이 만드는 서비스인 잔디 자체가 한 조직의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였다. 최 CTO는 잔디의 차별성을 여기서 찾아야한다고 봤다. 협업 서비스인 잔디가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의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의지였다.

최 CTO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에선 보통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협업 서비스, 그룹웨어를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경영할 때의 편의와 사용성을 함께 충족하기란 쉽지 않아서, 서비스는 결국 사용성을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잔디는 사용성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