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코트’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2014년 3월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한 마디에 금융위원회는 서둘러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을 폐지하고,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내놨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간편결제는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페이게이트가 2013년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과 제휴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놨지만 금융계의 압박으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카드사들은 보안성을 문제삼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 그들의 입장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이유야 어쨌든 국내에서도 간편결제 서비스의 길이 열렸다.

때마침 작년 중단됐던 페이게이트의 오픈페이 서비스가 올해 8월 재개됐다.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제휴도 맺었다. 오픈페이는 웹 표준 환경에서 AA 간편결제 4.0(간편 본인인증 결제시스템)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엑스 없이도 카드 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이동산 페이게이트 대표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이번 이슈에 대해 공교롭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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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서비스가 중단된 후 기술을 보완해 이대쯤 오픈페이 서비스를 재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규제개혁과 떄를 같이 해 서비스를 다시 오픈한 것은 아닙니다. 그간 페이게이트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국내 카드사와 계약 체결을 위해 양사의 정보를 제공하는 NAD(Non-Disclosure Agreement) 계약만 체결하고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서비스 재개에 고심분투하던 입장에서 마치 희망고문 같은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1개의 카드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휴 카드사를 늘려야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간편결제 이슈가 터진 거죠.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규제에 막혀 퇴출되다시피한 간편결제 규제의 빗장이 풀리면서 오픈페이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나 주인공인 이 대표는 정작 오픈페이가 이슈화된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웹 표준 환경에서 사용자가 간편결제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이 대표가 16년간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는 천송이 코트로 한 순간에 스포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결제대행 사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불법이던 2000년에는 검찰 조사도 받았다. 그러다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의 존재 근거가 마련됐다. 2005년부터 이 대표는 해외 결제 시장 진출에 집중하며 웹 표준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긴 시간을 간편결제의 쉬운 사용을 위해 고민했고, 그 결실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페이게이트를 창업하기 전에는 인터넷 정보 보안 업체인 이니텍에서 일했습니다. 지금 개발한 페이게이트 서비스는 제 경험이 녹아든 산물이라고 할 수 있죠.”

국내 결제 시장을 16년간 지켜본 그는 유독 공인인증서와 플러그인 사용이 당연시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이용자를 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서구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담보문화’와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CTO기에 기술적 근거를 답하리라고 여겼던 기자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째 담보문화가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온라인 환경에서도 이용자 신뢰가 우선됩니다. 온라인에서도 상거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초입부터 인증을 까다롭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담보가 없으면 사람을 믿지 못하죠. 둘째 한국의 경우 이용자의 결제 환경 보호가 서비스 제공자의 몫입니다. PC 내부까지 보호해야 하다보니 플러그인과 공인인증서 같은 것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구에서는 PC 내부 보안은 개인의 몫이기에 서비스 제공자가 개개인의 PC 환경을 보호하려고 개입하면 자칫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한국에는 간편결제가 자리잡기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계속 간편결제에 목매는 것은 오랜 고민이기도 한 웹 표준 환경에 적합한 결제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바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