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즈(Perples)는 Person과 People의 합성어다. 사람들이 만든, 사람을 위한 기술로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되고 싶어서 만든 이름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퍼플즈의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변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 바람을 타고 온 애플 아이비콘(iBeacon) 파도는 지금 퍼플즈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최전선에서 이 파도를 탈 양해륜 퍼플즈 CTO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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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즈의 송훈 CEO와 양해륜 CTO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다. CEO는 그때부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았고 카페진동기 업체에서 방위산업체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디자인과 제조를 의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졌다. CTO는 석사과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했던 터라 사회생활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이렇게나 달랐지만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둘은 2012년 4월 B2B 스타트업 퍼플즈를 만들었다. CTO는 창업 전부터 ‘소비자는 앱을 다운받은 뒤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음파 통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덕분에 퍼플즈 설립 전 O2O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퍼플즈 설립 전 저희는 2012년 2월 B2C 서비스 ‘시럽’을 내놨습니다. 네, 지금 SK플래닛이 내놓은 스마트월렛,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 OK캐쉬백,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 등이 하나로 통합된 브랜드 ‘시럽’(Syrup)과 이름이 우연히 같았죠. 저희 시럽은 O2O서비스로, 커피숍 쿠폰을 모바일로 옮기는 앱이었습니다. B2C서비스는 쉽지 않더라고요. 점주와 소비자 고객이 이원화됐고, 앱 마케팅 대부분이 당시에는 바이럴마케팅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마케팅이 어려웠습니다. 결국 시럽은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구매자가 행동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은 그대로였죠.”

이후 CTO는 미국의 O2O서비스 ‘샵킥’(ShopKick) 을 접했다. 샵킥은 초음파를 카페 입구에 달아서 소비자가 카페 문을 통과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앱이다. CTO는 이마를 쳤다. 그리고 고주파 모바일 센싱 소프트웨어 ‘사운드태그’(SoundTAG)를 개발했다. B2B 서비스였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2MHz~16MHz 음역대 내 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사운드태그는 패턴화를 비롯한 별도의 가공을 진행한 18MHz~20MHz 사이의 고주파를 내보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기업이나 매장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프라 없이 쿠폰 발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모바일용 소프트웨어에 탑재 할 수 있는 SDK로 제공됩니다. iOS와 Android OS 모두 지원하죠. 사용자도 앱만 깔면 다른 행동 없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던킨도너츠에서 ‘던킨 모닝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운드태그를 이용했습니다.”

퍼플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 개발자 고재필 CCO(Chief Creative Officer)가 퍼플즈에 합류했다. 그는 포항공대 수학, 전산학을 복수전공하고 여러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다. 양해륜 CTO와 고재필 CCO는 좀더 디테일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힘썼다. 직원 수도 늘어 지금 총 16명이 됐다. 올해 5월 퍼플즈는 신제품 ‘레코’(Reco)를 내놨다. 레코는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 기술을 이용한 근거리위치기반 서비스다. 더불어 퍼플즈는 음파통신 기술과 블루투스 저전력 기술(BLE, Blutooth Low Energy)을 둘 다 보유한 국내 유일 스타트업이 됐다. 전세계에서 음파통신 기술과 BLE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3개고 그 중 하나가 퍼플즈다.

“최근 구글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기술의 대안으로 등장한 애플의 아이비콘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죠. 사운드태그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은 소리에너지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 시그널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예를 들어 소리에너지를 100이라고 했을 때 예전에는 80 이상 들어와야 스마트폰이 인식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10만 들어와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도달 거리를 넓힌 거죠. 점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카페에 사람들이 5명 오면 2명만 커피 시키는데 다른 3명에게도 푸시 알림을 넣어 커피를 시키고 싶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후자는 공간을 쪼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형 마트에 레코를 설치했을 때 고객들이 정보를 혼란스럽게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베트남 쌀국수집을 지날 때 그 음식점의 시그널을, 바로 옆에 있는 잡화점을 지날 때 그 지점의 시그널을 전달받는 것이죠. 일반 고객들이 마구잡이로 푸시알림을 받는 ‘스패밍’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퍼플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둘 다 가진 스타트업도 됐다. 임원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했고 시류를 타야한다는 마음도 컸다. 자금 문제는 사운드태그 기술로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프로젝트에서 자금 7000만원 정도를 지원 받아 1년을 버텼다. 이 프로젝트로 2년 동안 후기 지원도 받게 돼서 레코 개발에도 탄력을 받았다.

“CEO가 카페진동벨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이 업체에 외주를 줘서 마카롱을 닮은 레코의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었죠. 저는 SDK, 펌웨어 등 코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아이비콘SDK가 오픈돼 있어, 안드로이드에도 스펙에 맞게 바꿔서 탑재하면 됩니다. 펌웨어는 첫번째는 외주를 준 상태입니다. 이 기간 동안 퍼플즈는 2차 펌웨어를 코딩하고 있습니다. CCO는 회로 등 기술부분을 도맡았습니다. 저희는 아이비콘 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분명히 뒤쳐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하드웨어 제작을 시작했고 그 다음에 SDK를 만들었습니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버도 아마존 클라우드를 씁니다. 데이터센터는 일본에 한 곳 있고요.”

레코는 일반 고객의 어떤 데이터를 저장하고 어떻게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까. CTO는 선례가 아직 없다고 했다. 다만 방대한 서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운드태그는 과금 기준이기 때문에 언제 트랜젝션(transaction)이 일어났다는 로그만 알고 분석하면 된다. 이건 로그가 있어야 하니까 퍼플즈가 가진 데이터 있지만 레코는 데이터가 따로 필요 없고 앱에 다 실으면 된다는 것이 CTO의 설명이었다.

레코를 만들고 나니 CTO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겼다. 박물관에서 아이비콘 기술을 이용하는 상상이었다. 추진하다보니 문제는 돈이었다.

“GPS가 잘 작동되지 않는 실내에서 공간을 잘게 쪼개 타겟팅하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예를 들면 박물관에서 2~3m 떨어져있는 전시물들 사이에 스피커 설치하면 관람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큐레이션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벽 하나에 전원 하나 다는 데에 몇 천 만원이 들더군요. 저희에겐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그랬다. 스타트업에게 찬란한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퍼플즈가 우선 마주한 문제는 한국을 좀 이르게 강타한 사물인터넷 바람이었다. CTO는 아이비콘이 우리나라에 올해 말에야 상용화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비콘을 지금 당장 설치해도 커버리지(지금 당장 이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소비자)가 작아요. 단말기 전체 중 30% 정도만 쓸 수 있어요. 아이폰은 4S이상, iOS7.0 이상, 안드로이드 젤리빈부터 사용가능 하죠. 삼성 갤럭시S3를 한 번 업데이트 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실 망 사업하듯이 일단 아이비콘 기술을 도입하고 보는 식인 것 같습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생겨난 경쟁 스타트업들도 있다. 저전력 초음파 송수신 소프트웨어 ‘사운들리’가 퍼플즈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 또 아이비콘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스타트업으로 ‘에스티모트’(Estimote)가 있다. 에스티모트는 애플이 WWDC 2013에서 스쳐가는 말로 아이비콘을 소개했는데 이를 사용해 처음으로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이었다.

“사운들리는 저희와 사업 영역이 다릅니다. 에스티모트에 대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 하드웨어가 예쁘고 작고 단가가 저렴합니다. 또 에스티모트 비콘보다 레코의 비콘이 같은 시간동안 더 일정한 세기로 신호를 내보낸다는 사실이 퍼플즈가 실시한 신호안정성 테스트에서 밝혀졌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펌웨어까지 다 하기 때문에 차별점도 있고,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