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서 영화를 보는가. 집? 지하철?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영화를 비롯한 게임, 음악 등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크게 넓혔다. 영화관에서만 보던 영화를 출근하면서 보게 됐고 고고장에서 춤추며 들었던 음악을 이제 방에서 즐기게 됐다. 오락실의 게임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건 옛날 일이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다양한 콘텐츠가 내 손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동안, 눈 뿐만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해줄 음향 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영화를 보더라도 극장처럼, 게임을 하더라도 현실과 같은 경험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서다. 문제는 극장 사운드를 이어폰이나 홈씨어터 스피커에서 재현할 수 있느냐다. 이 분야의 전문가 유제용  DTS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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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콘텐츠 시대에 영상은 HDTV, 3D TV, UHD로 발전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도 HD급의 해상도를 지원할 정도죠. 음향도 그러합니다. 시대 변화와 영상 기술 발전에 발맞춰 진화해왔습니다. DTS는 영화 음향, 특히 DVD, 블루레이 시장을 꽉 잡았습니다. 최근엔 ‘헤드폰X’를 출시해 극장의 서라운드 시스템을 헤드폰으로 옮겨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상 발전과 사운드 효과의 향상은 발을 맞춰왔습니다. DVD 영상이 SD를 따를 때 오디오 표준 코덱은 AC3였고요. 블루레이와 HD에서의 오디오 코덱은 DTS-HD였습니다.”

지금의 영화 음향 기술을 보기 위해선 발전 과정을 짚어봐야 한다. 역시 미국이 시작이었다. 1920년대 2차 세계대전 뒤 돈이 절로 굴러 들어오던 시기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최초의 유성영화이자 뮤지컬 영화 ‘재즈싱어(1927)’가 나왔다. 비타폰(Vitaphone) 음향 시스템 기반이었다. 비타폰은 미국 영화 제작,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와 통신사 AT&T가 합작 개발한 기술로, 필름과 일치하는 속도로 따로 작동되는 디스크에 소리를 녹음하는 기술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1977년 작 스타워즈에는 스테레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우주선이 정말 머리 위를 지나가는 듯한 음향효과 때문에 관객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봤다. 여기 돌비 스테레오 기술이 쓰였다. 녹음할 땐 부호기로 신호를 2채널화하고 재생할 땐 복호기에서 4개의 신호로 변환하는 4-2-4 매트릭스 방식을 사용했다. 극장에선 전방 왼쪽, 오른쪽과 후방 왼쪽, 오른쪽에 스피커를 달아 재생하는 4채널 시스템을 썼다. 채널은 스피커 뭉텅이를 이야기한다.

멀티채널의 등장이다. 현재 영화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5.1채널의 경우 전방 왼쪽, 오른쪽과 중앙, 전방 오른쪽, 후방 왼쪽과 오른쪽에 5개의 채널이 있고 우퍼(0.1)가 있다. 1993년 설립된 DTS의 코덱이 처음 사용된 건 같은 해 개봉한 ‘쥬라기 공원 1(Jurassic Park 1)’이었다.

“당시 유니버셜 영화사는 탁월한 사운드감을 찾아 DTS 코덱을 썼습니다. ‘쥬라기 공원 1’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이걸 채택했고요. 1996년부턴 DVD 디스크에 DTS 코덱이 옵션으로 삽입됐습니다. 돌비는 기본으로 들어갔었죠. 그런데 콘텐츠 생산자들이 이 코덱을 좋아하다보니 계속 사용했고, 1998년 결국 필수 삽입 사항이 됐습니다. 그 뒤 DTS는 시네마 부서를 매각하고 지금은 블루레이, DVD에 최적화한 음향기술을 개발하고 있죠.”

2012년 4월 DTS는 SRS랩스(SRS Labs)를 인수합병했다. SRS랩스의 오디오 처리 기술과 DTS의 오디오 코덱 솔루션의 만남이었다. 덕분에 DTS는 ‘헤드폰:X(Headphone:X)’를 개발할 수 있었다.

“SRS랩스를 합병하기 전까지 DTS는 채널 기술을 영상음향(AV) 리시버 제품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만 사용했습니다. TV나 스마트폰, 사운드바, PC, 태블릿 등으로 저변을 넓혔죠. SRS랩스 합병 후엔 소비자에게 좀더 가까이, 헤드폰 안으로 채널 시스템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