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현, 유재석, 장혜림 기자

스크린샷 2023-05-26 오후 12.37.35.png

정부가 소프트웨어(SW)교육을 의무화한다. 화두를 던진 미래창조과학부와 실무부처인 교육부가 구체화를 위한 협의체를 꾸렸다. 빠르면 2015년부턴 중학 신입생이 SW를 필수로 배운다. 그러나 정작 누가 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공개된 것이 별로 없다. 많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SW 교육’을 다소 뜬금없게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SW 교육이라면 “한 마디” 할 내공을 갖춘 이들은 김영재 바로풀기 기술 총괄·카이스트 수학 문제 풀이 패턴 분석 연구원, 이수현 창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방문 연구원, 이태정 경기도 월문초등학교 교사·인디스쿨 대표, 정영식 정보교육학회 소속 전주교육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정훈 국내외 교육 기술 컨설턴트·교육용 앱 리뷰 블로거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SW를 배워야 한다는 기조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루 절반을 보내는 학교에서 SW를 의무로 배워야 하는지, 공감대는 충분치 않다. 학교 환경도 그렇다. 제대로 가르칠 전문 교사가 부족하다. 연수 몇 시간으로 미래부가 말하는 '컴퓨터 과학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을까. 해외 사례나 시범학교의 커리큘럼을 참고한다는 교육방법도 아직은 두루뭉술한 방향성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모아 포럼을 열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선 교사, 커리큘럼을 만드는 연구원과 교수, IT 교육 컨설턴트, 개발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 SW 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청사진을 물었다.

정영식 교수는 정보교육학회에서 초등, 중학생 SW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미래부에 제출하고 있다. 이수현 연구원은 미래부의 프로젝트 기반 교육 프로그램인 'SW아카데미' 담당자다. 이태정 교사는 회원 교사 12만 명인 사이트 '인디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실제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정훈 컨설턴트는 교육용 앱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국내외 SW교육 사례를 연구조사하고 있다. 김영재 개발자는 교육용 앱인 '바로풀기'에서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교육 평가 방법을 고민하는 카이스트 연구원이다.(여기까지)

Q. SW교육이 대체 뭡니까. 정부는 SW교육을 '컴퓨팅 시스템 역량을 고려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 문제의 효율적 해결과정을 통해 지식을 창조하는 일련의 컴퓨팅 사고력 교육'이라고 정의내렸는데요, 말이 어렵습니다.

정영식 정보교육학회 소속 전주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교수_SW교육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건 기존 정보과학교육과 구분하기 위해서예요. 많은 사람들이 '정보화교육'하면 하드웨어나 오피스 교육을 떠올릴 텐데, 미래부가 단어를 바꾼 건 이런 인식을 깨자는 취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어만 바뀐 형태라 SW교육은 정보화교육과 비슷해요. 아이들에게 디지털 자원 활용 능력(디지털 리터러시)를 가르치자는 거죠. 그 디지털 자원 중에서도 SW를 강조하는 것이고요.

김영재 바로풀기 기술총괄·카이스트 수학 문제 풀이 패턴 분석 연구원_SW는 의미가 협소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컴퓨터 과학 교육이라는 표현으로 바꾸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오픈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 레고로 결과물을 만드는 일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컴퓨터 과학 교육의 일환이거든요. 꼭 컴퓨터로 가르쳐야 과학적 사고력이 길러지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제작한 결과물을 눈으로 보면서 원리를 파악하는 것도 컴퓨팅 사고력 교육이죠.

이태정 경기도 월문초등학교 선생님·인디스쿨 대표_SW교육은 아이들의 삶에 컴퓨터 과학적 사고력을 적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부가 말한 '컴퓨팅 사고력 교육'은 스티브 잡스가 말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거든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계속 생각을 할 텐데, 사고를 컴퓨터과학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죠. 컴퓨터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란 순차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 큰 사건을 잘게 쪼개보는 것, 오류 수정,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화장실 가는 법을 순서대로 쪼개 적어보라 하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