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미국 교육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2001년 처음 사용했다. 당시에는 ‘디지털 환경’에 개인용 컴퓨터나 MP3가 포함됐지만 13년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2014년의 디지털 원어민은 이런 하드웨어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원어민인 아이들의 미래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중요하다고 생각해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기부 프로그램인 ‘삼성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하 주소아)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주소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실무를 맡고 있는 윤지현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대리와 인터뷰를 했다.

“주소아는 소프트웨어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서 학생들이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자로 머물러서는 개인, 기업,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없겠다는 삼성전자 내부 논의에서 시작됐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며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시각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주소아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소프트웨어 경험을 통해 논리적 사고습관을 익힌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화학식을 분석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소아의 목표입니다.”

2013년 시작한 주소아는 2014년 올해까지 약 260개교, 96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 중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방학 중 캠프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방과후학교 시간을 이용해 학교 수업일정에 따라 한 학기 12주~16주 동안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 커리큘럼과 교재는 모두 삼성전자 임직원, 교육전문가, 현장의 교사들이 개발했다.

“주소아는 미래인재들에게 필요한 네 가지 역량인 창의력, 문제해결력, 융합능력, 논리력을 기를 수 있는 네 분야의 맞춤형 교육과정(Creating, Solving, Making, Coding)을 따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난이도에 따라 총 7개의 과목이 있고 학생들은 한 과목을 한 학기 동안 학습하게 됩니다. 주소아는 노는 것이 곧 진지한 탐구이자 학습이 되도록 유도하며 어려운 논리 알고리즘도 애니메이션, 웹툰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쉽게 이해시키는 교육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에게 워크북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해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윤 대리는 네 분야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로 변한 사례도 소개했다. 글쓰는 걸 좋아해 소설가가 꿈이었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주소아의 ‘창의력 향상 과정’(Creating과정)에 참여해 경기도 대회에서 우수상을 타는 결과를 거뒀다. ‘문제해결력 향상 과정’(Solving과정)에 참여한 남학생은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지만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이렇게 학생들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주소아가 답을 제시해주는 수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소아는 단순 반복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 속의 생각을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기 위해 구조화하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고력을 키워주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해결력 향상 과정에서 아이들은 좌회전과 직진만 할 수 있는 로봇을 가지고 복잡한 미로를 탈출하거나 무작위로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가장 적은 움직임으로 주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논리적 사고의 기본인 분절적 사고와 순차적 사고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주소아의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으로 수학이나 과학, 미술과 음악 등 교육과정을 타 교과와 연계했다는 점, 모든 수업을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있다. 윤 대리는 이 특징들이 학생들에게 융합적인 사고를 키워주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특히 불안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한 학기 동안 팀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자신도 역할을 맡아 구성원으로 참여하며서 불안장애가 잦아든 예가 있었다고 윤 대리는 덧붙였다.

“주소아의 교육과정이 타 교과와 연계돼 학생들은 구구단 계산기, 삼각함수 개념을 넣은 게임, 나만의 악기 만들기 등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프로그래밍과 연계하여 고민하도록함으로써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융합능력 향상 과정(Making)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융합 활동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을 현실로 만드는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이죠. 한편 팀 프로젝트 형식 수업이라는 특징 아래 첫 수업을 오리엔테이션과 팀 빌딩 시간으로 꾸려 학생들이 팀 이름과 구호를 정하고 역할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팀원들과 프로젝트 기획, 구상, 구현, 발표, 피드백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이런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육을 하고 있는 주소아의 교사들은 집필진 교사와 교육 워크샵 전문가, 일선학교 선생님들이다. 주소아 교재 집필진 교사와 컴퓨터교육 학과 교수, 소프트웨어 교육 워크샵 전문가들이 방과후학교 대상학교의 교사들에게 주소아 교사 연수를 실시한다. 연수를 이수한 교사들은 한 학기 동안 일선 학교 에서 직접 주소아 수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