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중독됐던 12살 여수 꼬마는 조창익 교사를 만났다. 조 교사는 이 아이가 컴퓨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보고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때까지 아이는 ‘컴퓨터’라고 하면 게임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인 Q-basic을 접하고 나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며 즐거워하면서,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게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SW)를 보는 아이의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게임중독자에서 게임 메이커로

이 아이가 지금 파주 송화초등학교에서 SW를 가르치는 천대건 교사다. 천 교사는 12살 때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나서 게임을 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금도 게임을 포함한 SW을 접할 땐 ‘저 프로그램을 이런 단계를 거쳐 구현했겠구나’, ‘저 기계는 이런 명령어로 이뤄졌겠네’, ‘오류가 이런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거군’ 등의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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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공부를 즐겨하다 보니 컴퓨터 프로그램을 볼 때만 이런 사고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컴퓨터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더라고요. 생활할 때 데이터를 접하면 습관적으로 분류, 정리합니다. 그리고 일의 순서를 따지죠. 그래서 SW 교육을 받고 결과물을 만든 경험을 지닌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사고력 측면에서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 교사가 SW를 배우면서 기른 건 컴퓨터과학적 사고력 뿐만이 아니었다. 평생 가져갈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를 얻었다. 그는 12살 짜리였던 자신이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려 프로그램을 만들고 창조했던 경험으로 자신감을 길렀다고 말했다. 독학해서 여수에서 지역 별로 여는 정보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시 대회, 도 대회에서 1등 상을 거머쥐고서는 성취감도 느꼈다.

“서울 대회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아서 떨어졌어요. 독학할 때 봤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명령어로 프로그래밍해야 했거든요. 서울 대회 가기 전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여기저기 물어봐도 알 수 없었어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였거든요. 그래도 이때 얻은 자신감은 성장과정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분명 SW를 배우면서 이런 경험을 하는 친구가 있을 거예요. 그게 단 한명이라도 교사로서 보람찰 것 같아요.”

학교 안팎 넘나드는 SW 교육 에너자이저

어린 시절 SW를 배워서 얻은 좋은 경험을 지금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전하고픈 천 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교사가 된 지 3년 만에 그는 학교 안팎으로 SW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내부에서는 심화반을 모집한다. 올해 1학기에 심화반인 ‘송화 LEM(Little Eco Maker)’을 운영했다. 일주일에 화, 목요일 두 번 수업했다. 천 교사는 심화반 학생을 모집할 때 신청한 사람 중 정말 관심있는 학생 10명만을 면접으로 추려서 반을 꾸렸다.

애초에 심화반을 시작할 때 목적 있는 SW 교육을 하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에 주제를 하나 정해서 학생들이 여기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던져줬다. 학생들은 이 주제로 한 학기 동안 작품 하나를 만들어 마지막날 발표했다.

“심화반 수업은 총 세 시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 시간엔 주제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두 번째 시간엔 엔트리를 통해 해결방법을 표현합니다.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프로그래밍을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세 번째 시간엔 작품을 만듭니다. ‘리틀비츠(Littlebits)’라는 교육용 제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엔 ‘아두이노 빗’이라는 부품이 있는데, 이 부품과 엔트리르 ㄹ연결해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각이 구현되는 순간이죠. 세 시간 외엔 ‘특별 주간’을 구성해 자체 SW 경진대회를 만들었습니다. ‘나만의 과학도구 만들기’, ‘환경 보호 도구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학생이 작품을 만들어 급식실 앞에 전시해 모든 학생들로부터 스티커 피드백을 받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품도 있어요.”

천 교사는 심화반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 담당 반 학생들에게 일반 교육을 진행했다. 네이버가 6월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소프트웨어야 놀자 주간’을 계기로 삼았다. 그는 이 행사를 준비할 때 프로그램 기획자로 참여했다. 여기서 사용된 프로그램의 20단계의 기본안을 짰다. 그뒤 엔트리 연구원과 논의해 완성하는 일까지 그가 맡았다. 소프트웨어야 놀자 주간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네이버 등이 참여한 SW 교육 행사였다. 미국의 ‘컴퓨터과학교육 주간’처럼, 학생들이 하나의 SW교육 프로그램을 완수하고 자격증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6만8092명의 학생이 미션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