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에 굽 높은 하이힐.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듯한 ‘커리어우먼’의 향기가 풍겼다. 2014년 4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미래교육 세션에서 처음 만난 서은아 한국MS 공공교육사업부 부장의 첫인상은 이랬다. 게다가 딸아이(서 부장은 딸을 항상 ‘우리 공주’라고 불렀다)도 있는 ‘슈퍼맘’이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완벽해, 하며 고개를 돌릴 때, 너털웃음 소리와 구수한 말투에 다시 돌아봤다. “허허허 어이구 선생님, 광주에서 서울까지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seo_ms.jpg

커리어우먼의 자세를 거저 얻는 건 아니었다. 서 부장은 1999년 디킴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일했다. 그 뒤엔 벤처 붐을 타고 창업도 했다가 접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진 하나로드림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맡았다. 2004년부턴 오버추어 코리아(Overture Korea)에서 6년 간 마케팅, 세일즈를 맡았다. 2010년, 한국 MS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학교육 마케팅을 하다 2013년, 아예 공공교육 분야 팀을 맡게 됐다. 그녀는 15년 동안 단 1년도 일을 쉬지 않았다. 자타공인 워커홀릭인 셈이다.

그런 그녀가 MS에서 하고 있는 일엔 유독 애착이 간다.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기업 간 거래(B2B) 마케팅을 맡았을 땐 그 회사 IT 제품을 잘 아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마케팅 대상, 청중이 중요해서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청중은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청이다. 이중에서 특히 교사들과는 딸 이야기로 공감대를 만든다.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만나는 교사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서다.

“지금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는 평생을 두고 인연을 이어갈 것 같아요. 처음 MS와서 맡은 일이 대학교육 분야 마케팅이었어요. 그때 ‘이건 학생의 심장을 얻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죠. 마케팅은 포장하는 건데 댓가가 사람의 심장, 즉 마음이라고 하니까 당황했어요. 다른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제 마음도 열어야하는 거잖아요.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원하는 걸 파악해야 하고요. 제품은 예쁘게 포장해서 알리거나, 단종되면 판매하지 않으면 됐는데.”

서 부장은 2014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많이 열었다. 1월에는 교사들과 15번의 연수를 했다. 그들이 방학 때만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연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4월 3일 미래교육 관련 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 30일부터 7월 11일 사이 광화문에 위치한 한국 MS 광화문 사옥에서 ‘미래 교육 교실’ 세미나를 개최했다. MS 혁신 교사들이 2주에 한 번씩 ‘지방 작은 학교의 혁신’, ‘IT 기술에 함몰되지 않고 이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서 부장은 세미나를 할 때마다 기조연설을 했다.

“제 전공이 국어국문학과에요. 이렇게 얘기하면 다들 깜짝 놀라죠. 국문과 출신이 어떻게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느냐고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호흡 긴 캠페인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습관이 있어요. 캠페인을 기획할 때 대부분 짧으면 2개월, 길면 1년을 보거든요. 2014년엔 ‘다시 꿈꾸는 미래교육, 교실 안의 변화’라는 메시지를 두고 행사들을 진행했어요. MS가 미래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미션으로 삼았고요. 세미나 기조 연설도 4번 모두 이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일반 교사들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연수를 진행하다 보니, 참가하는 교사들 외에 일반적인 교사들은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참가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다른 교사들에게 이 변화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서 부장은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해왔다.

“우선은 교장 선생님이, 그 다음에는 평교사들이 교실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19세기, 20세기, 21세기 교실 모습을 보면 다 똑같거든요. IT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미래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대로인 거죠. 그래서 교사들이 IT기술을 도구로 이용해서 아이들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교육을 하도록 지원하고 싶었어요. 문제는 기업 차원에서 이걸 보여주기가 힘들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교사 워크샵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행사에선 가능성을 본 거죠.”

그렇게 2014년을 돌아보니 쉴 틈이 없었다. 세미나, 연수 외에도 굵직한 포럼과 행사를 개최했다. 5월 31일, 6월 1일 이틀 간 열린 ‘MS 에듀케이터 네트워크 2014 한국 포럼’엔 1000명의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이 모였다. 컴퓨터과학 교육 주간을 맞아 12월 13일엔 ‘리틀 핑크 코딩 파티’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100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사, 30명의 대학생 서포터즈가 함께했다. 서 부장은 행사를 무사히 치른 뒤 항상 페이스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함께 일한 페이스북 친구들의 아이디로 태그를 걸어 모두 볼 수 있게 한다. 이번에도 어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