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14년 1월 ‘네스트(Nest)’를 인수하기 위해 32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현금으로 내놨다. 네스트는 3년을 갓 넘긴 스타트업이었다. 사람들은 구글의 행보에 놀라워했다. 구글이 스타트업을 거액의 현금을 주고 사들여서다. 하드웨어 업체인 네스트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텀블러(Tumblr)의 세 배가 넘는 액수를 받고 투자회수(exit)했다는 사실도 이슈였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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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는 생각보다 큰 회사다. 인수되기 전에도 하드웨어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인수 당시 나온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에 따르면 네스트는 3년 반 동안 온도조절기 하나로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냈다. 월 평균 제품 판매량만 4만~5만 개다.

검색으로 큰 구글이 노리는 다음 격전지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이다. 구글이 네스트에서 플랫폼의 가능성을 봤다. 항상 켜져 있어야 쓸모 있는 온도조절기나 화재경보기를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느낀 것이다. 네스트의 매출도 인수에 영향을 끼쳤다. 네스트는 검색 엔진, B2C 주력 기업인 구글에게 하드웨어 플랫폼을 가지고 IoT, 머신 러닝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 구글이 스마트홈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네스트를 사들인 것이다. 물론 네스트 출신들이 애플 출신들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글은 앞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네스트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를 넓혀가는 게 급선무다. 그 방법으로 구글 네스트는 기업과의 협력을 확장, 강화하는 한편 개발자를 챙기는 전략을 펴고 있다.

네스트의 전략을 살펴보기 전, 그 대상인 스마트홈의 큰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네스트는 스마트홈을 구현할 기술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의 기능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스마트홈의 작동 원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스마트홈은 민담 중 ‘우렁각시’ 콘셉트와 비슷하다. 집주인 사내가 일을 나가 집을 비울 때마다 우렁각시는 빨래,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동거 아닌 동거를 한다. 이상히 여긴 사내는 어느 날 일을 나가지 않고 숨어서 우렁각시를 발견한다. 그 아름다움에 반한 총각은 한달을 기다려달라는 우렁각시의 청을 무시하고 혼인하게 된다.

우렁각시는 사내의 생활 패턴을 학습했다. 사내가 집을 나설 때마다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켜놓은 아궁이 불을 껐을 것이다. 요리도 입맛에 맞았으니 사내가 좋아했을 터다. 여기서 우렁각시는 스마트홈의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들, 집 주인 사내는 일반 사용자들로 비유하면 되겠다.

네스트는 이 우렁각시들 중 큰 그림을 그리고 다른 우렁각시들과 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스트 플랫폼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 분석하고 학습한다. 가전이 사용자에 맞춰 서비스 해주는 형태다.

즉 네스트는 단독으로 운영할 수 없다. 스마트홈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특히 그 기업들의 우렁각시, 즉 개발자를 포섭해야 한다. 네스트가 6개월 전부터 ‘Works with NEST’(워크위드네스트)를 운영하고, 꾸준히 개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워크위드네스트는 개발자 파트너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