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정초등학교는 송은정 교사가 처음 부임한 학교였다. 송 교사는 이 학교에서 코딩교육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교육과 디지털기기 활용 교육을 해왔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다양한 IT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송 교사에게 돌아온 대답은 “선생님 외계어하는 것 같아요”, “신기해요”였다. 그렇게 송 교사는 교직 생활 5년 만에 ‘별에서 온 교사’가 돼 버렸다. 기자는 외계어하는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직접 대정초등학교를 찾았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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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정 교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쁘게 ‘창의 공학 연구실’로 향했다. 여기서 송 교사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에게 스크래치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다. 스크래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처음 접할 때 원리를 익히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언어 및 환경이다. ‘창의 공학 연구실’은 올해 초 송재흥 대정초 교장이 ICT 학습을 위해 따로 만든 공간이다. 연구실은 송 교사와 아이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그 결과 발표 PPT 종이들로 가득했다. 와이파이도 제공됐다. 이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 송 교사는 학교 방송국 한 켠에서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했다.

“2013년 3월부터 ‘코딩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동아리 형태로 코딩 교육을 해왔습니다. 처음 이 동아리를 시작할 때 하고 싶은 아이들로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아 소수 정예로 운영하기 위해 면접을 봤습니다. 그래서 세 명의 아이들이 뽑혔죠. 이 아이들과 함께 스크래치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사이트(http://scratch.mit.edu/)를 통해서 주로 공부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도 누누이 강조했던 건 스크래치는 표현 도구일 뿐이고 이를 통해서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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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남자아이 두 명과 여자아이 한 명이 들어왔다. 신무진(13), 이유신(12), 김효림(12).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송 교사와 함께 문 앞에 놓인 식물생장실험 장치를 들여다봤다. 식물생장실험 장치는 같은 조건으로 식물이 심겨진 두 개의 화분을 책상에 둔 뒤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식물생장을 관찰하기 위해 송 교사가 아이들과 만든 실험 장치다. 송 교사와 아이들이 빛, 물, 온도 등 식물이 자라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아두이노를 이용해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실험군에 가한 조작이었다. 아이들은 이 실험 결과를 기록해서 PPT로 발표한 뒤 연구실 벽에 붙여놨다. 또 스크래치로 이 프로젝트를 게임으로 표현했다.

“스크래치 교육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식물생장실험 장치는 아두이노를 임베디드해 만들었습니다. 아두이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설계한 프로그램을 물리적으로 보이도록 할 수 있는 단일보드 컨트롤러입니다. 오픈소스고 문법도 간단하며 가격도 5만원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쓰기 적당하죠. 이 아두이노 임베디드 식물생장실험을 한 뒤 아이들은 환경보호를 주제로 마인드맵을 그려봤습니다. 직접 식물을 길러보고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마인드맵을 더 구체적으로 그리더라고요. 또 아이들은 태블릿 PC로 스크래치를 이용해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무진이가 만든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크게 세 개의 단계를 설정한 뒤 각 단계에서 실행해야 하는 게임 규칙이 있었다. 그래픽은 무진이가 직접 그려서 삐뚤빼뚤했고 게임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하지만 무진이는 스스로 이런 스토리를 만들었다며 뿌듯해 했다. 자기만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단다.

“게임을 하는 사람 말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이 게임을 만들 때 처음 생각한 건 입사각과 반사각을 맞추는 것, 두 번째는 게임을 성공할 때마다 완성도를 높여야겠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왼쪽과 오늘쪽 버튼으로 방향을 조절하고 스페이스바를 입력 버튼으로 해야겠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태블릿 PC로 게임할 때는 스페이스바가 제일 누르기 편하거든요. 게임에서 오류가 나면 고치는 과정도 재밌어요. (송 교사가 옆에서 “그런 걸 ‘디버깅’이라고 해”라며 귀띔해줬다)”

송 교사는 최근 아두이노로 3D 프린터도 만들었다. 학습할 때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송 교사는 설계도를 인터넷으로 찾고 부품을 샀다. 프로그래밍은 원래 할 줄 알았기 때문에 프린터 조립만 하면 됐다. 하루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