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몇 명이 자기가 교배해 만든 씨앗을 한봉지 들고 땅에 심기 위해 준비중이었다. 대부분은 척박한 땅에 씨앗을 뿌려 식물을 기르는 데 실패했거나 겨우겨우 길러내고 있었다. 장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그중 한 사람이 나서서 땅을 일구고 씨를 심었다. 다른 이들도 이 땅에 자신의 씨앗을 심어 키우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더 쉽게, 더 많은 식물을 기를 수 있었다. 농부가 식물 두, 세 개를 붙여가면서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냈다. 또 식물 스스로가 유, 무성 생식으로 나뭇가지를 뻗었고 열매를 맺기도 했다. 서로 다른 꽃의 암술과 수술은 서로 만나 새로운 꽃이 됐다.

물론 어떤 씨들은 서로 맞지 않아 갈등을 일으켰고 나무끼리는 잘 붙지 않아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이 돌연변이가 그때의 자연 환경에 맞춰 주류가 된 경우도 있다).

땅을 일군 이는 이제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보단 이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 열매를 이용해 새로운 음식(서비스)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왕이면 이 음식이 맛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이 일군 땅에서 아직도 열매와 꽃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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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을 틔운 지 20년이 지난 2015년 7월 4일, 스카이프를 통해 땅을 일군 이를 만났다. 제임스 고슬링(James Gosling) 리퀴드 로보틱스(Liquid Robotics)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 책임자(Chief Software Architect, 이하 CSA)다. 고슬링 CSA는 자바라는 씨앗을 가지고 자바가상화기계(JVM)라는 땅을 일궈냈다.

자바를 소유한 기업 오라클에 따르면 자바는 한 해 평균 10억 대 기기에서 사용한다. 인류가 사용하는 상당수의 크고 작은 기기의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는 데에 자바를 쓴다는 얘기다. 또 다른 언어들은 JVM 위에서 구동돼 다양한 서비스로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자바의 아버지, 오라클과 구글을 등진 능력자로 알려진 제임스 고슬링. 이름 뒤에 묻힌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 직장인 리퀴드 로보틱스에서의 업무부터 자바 이야기, 오라클과 구글의 송사에 대한 생각, 개발자를 응원하는 메시지까지 대신 전한다.

그의 쿨(Cool)한 일터, 리퀴드 로보틱스

“바다에 있는 로봇의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제 일터가 바다예요. 스노클링이 제 일의 일부죠. 하와이에 엔지니어 샵도 샀어요. 이것보다 더 멋진(Cool) 일이 있을까요? 또 로봇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리퀴드 로보틱스의 자동화 로봇은 한 달동안 바다로 나가 태풍을 견뎌냅니다. 남중국해로 나가 허리케인이 미국 대륙에 언제 상륙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합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거죠.”